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재정절벽 등 글로벌 증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해외채권형 펀드의 장기 수익률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해외채권 투자는 주식만큼 큰 폭의 수익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시장금리 이상의 이자를 꾸준히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수익을 올리려면 해외채권형 펀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흥국·재간접형 수익률 좋아
펀드 평가회사 에프앤가이드 집계(26일 기준)를 보면, 해외채권형 펀드의 1년 수익률은 13.53%다. 국내주식형 펀드의 7.23%의 2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국내채권형 펀드(5.07%)나 해외주식형 펀드(10.25%)와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3년 장기 수익률도 마찬가지다. 해외채권형은 29.87%인 데 반해, 국내주식형과 국내채권형은 16~17%대 수익률에 그쳤다. 해외주식형(-7.47%)은 마이너스 수익을 기록했다.
설정액 10억원 이상으로 3년 이상 운용된 해외채권형 펀드 26개의 최근 3년 평균 수익률이 28.9%를 기록했다.
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형 펀드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재간접형 펀드는 개별 종목이 아니라 펀드를 사고 파는 상품이다. 펀드 보수가 본펀드와 하위펀드에 이중으로 부과되는 단점이 있는 반면, 수익률이 뛰어난 펀드들을 골라 투자할 수 있어 분산투자 효과가 높다.
얼라이언스가 운용하는 'AB글로벌고수익증권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종류형I'의 3년 수익률이 42.50%로 가장 높았다. 이어 'AB글로벌고수익증권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종류형A'와 한화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한화스트래티직인컴증권투자신탁 1[채권-재간접형]종류A'의 3년 수익률도 각각 40.52%, 38.18% 순이다.
5년 이상 운용된 해외채권형 펀드 중에서는 하이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하이이머징마켓본드증권자투자신탁 1[채권-재간접형]C-A'와 '하이이머징마켓본드증권자투자신탁 1[채권-재간접형]C-B'의 최근 5년 수익률이 각각 47.30%, 44.37%로 가장 높았다.
특히 신흥국 시장의 채권이 높은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설정액 10억원 이상의 해외채권형 펀드 가운데 연초 대비 수익률 상위 20개 펀드 중에 17개 펀드가 신흥국 채권에 투자했다.
신동혁 하이자산운용 글로벌자산배분 팀장은 "선진국의 경우 저성장 부담으로 현 저금리 기조를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인 가운데, 상대적인 고금리를 유지하고 있으며 아직 금리 인하 여력이 있는 신흥국의 강점이 작용했다"며 "국내 주식을 포함해 글로벌 주가 수준이 이미 상당히 올라있는 상황에서 갈 곳 없는 투자자금들이 조금이라도 금리가 높은 곳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 팀장은 이어 "미국 재정절벽이 완만하게 해결되면 내년 상반기 이후 글로벌 경기가 보다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 컨센서스는 여전히 채권을 주식보다 유리하게 본다"면서 "채권 중에서는 신흥국 채권이 계속 더 좋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신흥국, 선진국 대비 펀더멘탈 튼튼해 "내년에도 강세 전망"
얼라이언스, 피델리티, JP모간 등 외국계 운용사는 올 들어 국내주식형 펀드 등에서는 부진한 수익을 냈지만 해외채권형 펀드에서는 상위권을 다투는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에 최근 국내 운용사들도 대거 뛰어들고 있다. 설정 2년 이하 또는 설정 1개월에 불과한 신생 해외채권형 펀드들이 속속 등장했다. 이날만 해도 우리자산운용이 글로벌 운용사 핌코의 채권펀드에 투자하는 해외채권 재간접형 펀드 2종을 출시했다.
해외채권형으로의 자금 유입도 계속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해외채권형 펀드로 56억원 순유입되며 39거래일 연속 자금이 순유입됐다.
배현주 하이자산운용 글로벌자산배분 과장은 "해외채권형 펀드의 최근 5년 수익률이 높은 배경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주식 등 위험자산이 폭락하고 채권 등 안전자산도 과도하게 약세를 보였다가 회복된 데 따른 영향도 작용했다"며 "하지만 펀더멘탈 측면에서 신흥국의 경제성장세는 내년에도 선진국보다 더 견조할 전망이므로 신흥국에 투자하는 해외채권형 펀드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상품"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