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들이 주택가격 하락으로 담보가치가 크게 떨어진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을 계속 시행해야 장기적으로 금융회사의 수익성에도 득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장기침체를 겪고 있는 국내 부동산 시장이 1990년대 초반 일본과 같은 부동산 버블 붕괴라도 겪을 경우, 대출 연체 위험이 큰 가계 비중이 8배 넘게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금융경제연구원은 13일 서울대 경영대에서 ‘우리나라 가계부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는?’이라는 주제로 ‘2012 서울대금융경제연구원 후반기 정책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김영식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장민 금융위원회 자문관, 개인신용정보업체 코리아크레딧뷰로(KCB)의 최성호와 공동으로 조사한 ‘가구별 주택담보대출자료를 이용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발표했다.
김 교수는 이 연구에서 시장 침체로 주택 낙찰가격이 해당 주택 구매 시 적용받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보다 낮아진 상황에서, 금융권이 이를 이유로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으면 연체로 진입하는 가계들이 급증할 것으로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어 국내 부동산 시장이 앞으로 1997년 외환위기 수준으로 침체할 경우와 2007년 미국 금융위기 당시 미국 부동산 시장 수준으로 침체될 경우, 1990년대 초 일본 부동산 버블 붕괴 등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각 상황에 따른 국내 시장의 파급여파를 다뤘다.
일본과 같은 침체를 겪을 때 시장에 대한 여파가 가장 부정적일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일본처럼 주택가격이 36.1% 급락하고 낙찰가율이 50%로 떨어지면 LTV가 낙찰가보다 커서 연체 위기에 놓인 고위험군이 60%에 달할 전망이다.
현재 주택담보대출 가구 중에서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가구 비중은 44.7%이며 이 가운데 고위험군은 7.02%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일본과 같은 침체 발생 시 연체 위험도가 약 8.5배 급증하는 것이다.
외환위기(주택가격 14.9% 하락, 낙찰가율 70%)와 같은 침체 시에는 고위험군이 44.3%로 늘고 미국 금융위기(주택가격 19.0%, 낙찰가율 60%)와 유사한 침체 시 고위험군이 47.1%로 불어날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금융회사들이 주택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해 LTV가 낙찰가보다 높아진 가구의 대출 만기도 연장해줄 경우, 연체율 상승폭은 미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만기를 연장해야 금융회사의 손실도 줄어들었다. 만기 연장을 허용하지 않았을 때 제 1·2 금융권의 손실은, 허용할 때보다 평균 7~8배 증가했다.
조사대상은 주택담보대출 가계 가운데 아파트 대출 1건만 받고 해당 아파트에 거주하는 실소유주 가구에 국한했다. 이는 지난 6월 기준 전체 주택담보대출 가구 가운데 28.2%(89만 가구) 수준이다.
김 교수는 “조사대상이 된 가구들의 주택담보대출 보유잔액은 74조7000억원 규모이므로, 이들을 대상으로 도출한 결과를 400조원에 이르는 전체 주택담보대출 시장에 확대 적용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라며 “하지만 주택시장이 급격히 침체되더라도 금융회사들이 만기 연장 조치를 취하면 장기적으로 가계 부실화와 금융회사 손실을 방지할 수 있다는 시사점을 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