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재정절벽 우려에 더 요란한 낙폭을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또 애플 주가가 전체 증시보다 먼저 움직이면서 전반적인 주가 향방을 알려주는 선도 종목이 되고 있다는 시각이 제기됐다.
CNBC의 칼럼리스트 패티 돔은 8일(이하 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주요 지수들이 일제히 200일선을 이탈했으므로) 기술적인 관점에서 주가가 앞으로 더 떨어질 수 있다”며 “미 의회의 재정절벽 처리를 둘러싸고 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전날 다우산업평균지수, S&P500지수,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 미국 중소형주를 대표하는 러셀2000지수 등 미국 주요 지수들은 낙폭을 확대해 20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특히 S&P500지수는 지난 6월에 이틀간 200일선을 뚫고 내려간 적이 있는데 7일 또 하락해 1381선 부근으로 내려앉았다.
기술적 분석으로 단기차익을 추구하는 T3라이브닷컴의 스콧 레들러는 전체 시장이 애플 주가의 흐름을 따르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이날 애플은 3.63% 내린 537.7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9월 ‘아이폰 5’ 출시 후 주당 700달러가 넘는 사상최고를 기록했으나 현재 당시 고점에서 20%가량 하락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애플 주가는 주요 지수보다 이틀 먼저 200일선을 뚫고 내려갔다. 레들러는 “하락세의 애플 주가가 마지막 방어선(지지선)인 200일선을 뚫고 587달러 아래로 내려갔다”며 “2거래일간 그 수준에서 맴돌다가 이날(7일) 40포인트 더 빠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애플 주가가 반전할지 매일 들여다보지만 아직 이같은 징후는 발견되지 않으며 하락세가 여전히 강하다”며 다음 지지선을 525~530달러로 제시했다.
레들러는 “(S&P500지수는) 지난 6월에도 지금과 같은 하락세로 주가가 200일선 밑으로 내려가 연저점을 기록했지만, 당시에는 곧바로 반등했다”면서 “주가가 하락 출발하고 하락 마감하면서 200일선 밑으로 거래되면 약세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레들러는 이어 “시장 여건을 살펴보면 안 좋은 조짐만 계속 나온다”고 덧붙였다.
웨드부시증권의 스티브 마소카는 “시장의 입장에서는 이번 선거결과가 실망스러웠다고 본다”며 “기업 실적도 부진하고 재정절벽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놓여있으며 유로존 재정위기도 상존한다”고 전했다.
마소카는 월가가 지지한 롬니 공화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증시에 잠시 화색이 돌았으나, 민주당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되자 시장이 바로 매도세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재정절벽 해결을 둘러싸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내세우는 해결안의 가장 큰 입장 차이는 '부자증세' 시행 여부다. 재정절벽은 내년 1월부터 6000억달러 규모의 감세안 종료와 재정지출 삭감 사태가 발생해 경제에 충격을 주는 사태를 말한다. 미 의회는 이를 막기 위한 합의안을 연내에 도출해야 한다.
오바마 행정부는 부유층 세금을 인상함으로써 급격한 재정축소를 보충하려고 하지만 공화당은 이를 반대한다. 월가 역시 공화당 편이다. JP모간의 마이클 페롤리 이코노미스트는 “부유층에 대한 세금 인상보다는 이들이 받고 있는 기존 세제 혜택 일부를 없애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