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대지를 덮네. 자정이 되자 피조물들이 피를 찾아 스멀스멀 기어나온다”(마이클 잭슨 1983년 노래 ‘스릴러(Thriller)’)
이달 31일 할로윈을 앞두고 미국인들은 좀비떼로 변신해 거리로 나올 준비에 마음이 들떠있다. 하지만 마켓워치 칼럼리스트인 폴 B. 파렐은 할로윈을 기다리며 설레는 마음이 있지만 동시에 걱정을 감출 수 없다고 전했다.
이 모습에서 한 나라의 흥망성쇠 패턴을 다룬 ‘국가의 실패 요인(Why Nations Fail, 대런 에이스모글루 MIT 교수·제임스 로빈슨 하버드 교수 공저)'이란 책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다양한 역사적 사례를 통해 한 국가가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상위계층에 부가 집중되고 이후 상위계층이 사적 이익에 사로잡혀 계층 이동의 통로를 제한하면서 나라가 패망에 이르는 과정을 설명한다.
파렐은 미국의 위기가 시작됐다고 봤다.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란 노래는 미 자본주의의 장송곡인 셈이다.
지난 2세기에 걸쳐 미국의 자본가들은 마치 소설 속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처럼 자국의 경제를 좀비 상태로 망가뜨렸다. 근대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애덤 스미스의 이론을 바탕으로 팔, 다리, 몸통 등을 모조리 뗏다 붙였다 하면서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괴물로 만든 것이다.
파렐은 이는 결국 자본가들이 자본주의를 죽이는 자기파괴적인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 경제의 7가지 현상이 이를 알려준다.
1.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 실종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현재 미국 자본주의에서는 사라졌다. 자본가들은 자신들의 부와 권력을 확대하려고 보이지 않는 손에 통제를 가한다. 자본가 편에 선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복잡다난한 글로벌 경제현안을 풀지 못하게 됐다. 환경경제학이나 행동경제학과 같은 최신 조류를 외면한 채 효율적인 시장이론과 수요-공급 논리 등 기존 시각으로만 현상을 해결하려고 집착하기 때문이다.
또 경제학자들은 방대한 경제현상을 설명하기보다 개별투자자의 수익 극대화를 분석하는 데만 정신이 팔려있다.
2. 보수 편향의 정치색
파렐은 미국의 지도자들이 사회 전반의 공공정책에 대해 계속 보수적인 시각으로만 결정을 내린다면, 결국 미국 전체를 실패로 몰아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학자들도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다.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도 보수와 기업 주주 편향적인 정치성향이 짙은 현 미국 자본가 그룹에 우려를 표했다.
3. 병드는 지구 문제 간과
미 증시 비관론자인 ‘가치투자의 귀재’ 제레미 그랜덤은 오는 2050년까지 인구 100억명 시대가 열리지만 지구는 이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고 우려하면서, 현 자본가들과 이들 편인 경제학자들이 이와 같은 경고를 귀담아 듣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최근 3차 양적완화를 시행한 미 연방준비제도(Fed)도 마찬가지다. 다들 버블 함정에 빠져있다고 파렐은 지적했다.
4. 한정된 자원 간과
경제 성장을 이루는 데 필요한 자원과 기회는 한정돼 있는데, 현 자본가들은 마치 이것들이 무한한 것처럼 행동한다. 무한히 성장하고 무한히 부를 팽창할 순 없다.
5. 주가와 실적에만 관심
백만장자, 기업 CEO, 월가 은행 등은 거시적인 경제현상을 살피기보다는 오로지 주가와 분기 실적, 연간 성과급이 어떻게 될지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 국가의 흥망성쇠 과정을 살피는 역사적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6. 약육강식이 옳다는 믿음
개인의 이기심은 고귀한 덕목이며 약육강식의 세계가 옳다는 현 자본가들의 생각이 보수 정계와 합쳐지면서, 끝내 미국을 망하게 하는 수순으로 몰아넣고 있다.
7. 중국의 신국가자본주의에 패배
특히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을 상기하며 미국의 현 자본가들에게 경종을 울렸다.
파렐은 “미국인들은 애써 외면하고 싶겠지만 미국은 자꾸 과거로 퇴행하는 반면 중국은 국가가 주도하는 하이브리드 자본주의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라면서 “이는 그동안 미국이 예상한 것보다 더 빠른 성장세이기 때문에 더 무섭다”고 전했다.
중국 경제는 몇 년 안에 미국을 추월하고 오는 2040년까지 세계 총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할 전망이다. 이 시점에서 미국의 비중이 14%에 그칠 것이란 전망과 대조적이다.
게다가 중국은 외환보유고에 1조달러가 넘는 미 달러도 쌓아놓고 있다. 파렐은 중국이 이 돈으로 미국 기업과 자산들을 사고도 남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