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시 풍도에 위치한 대남초등학교 풍도분교는 전교생이 3명에 불과하다. 이들을 위한 아주 특별한 영어캠프가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4박5일 간 열렸다.
"책은 크게 텍스트(글)와 그래픽(그림)으로 구성되는데, 그래픽은 또 다시 포토(사진)와 일러스트레이션(삽화)으로 나눌 수 있어요."
"그럼 지금부터 풍도의 자랑거리를 소개하는 나만의 책을 만들어볼까요?"
책의 구성요소와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배우는 '북메이킹' 수업 풍경이다. 아이들은 준비된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붙이고 그림과 설명을 넣으면서 자신만의 영어책을 만들어 나간다. 퀴즈까지 만들어 적고 나니 6페이지 분량의 훌륭한 영어책이 완성됐다.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이하 IGSE) 재학생과 졸업생, 교수진으로 구성된 8명의 봉사단이 여름방학을 맞은 풍도 학생들을 위해 영어캠프를 마련했다.
풍도는 인천에서 배를 타고 2시간30분 정도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작은 섬으로 50가구, 7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없기 때문에 4~5명의 섬 어린이들은 육지와 섬을 오가며 지내고 있다. 대남초등학교 풍도분교는 이 섬의 유일한 학교다.
이번 캠프의 핵심 프로그램은 '리딩 타임'이었다. 영어책에 대한 부담감을 없애고, 영어 읽기를 즐거운 체험으로 인식시켜 주는 시간이다. 내 수준에 맞는 영어책 고르기부터 효과적으로 책 읽기까지 '읽기'에 대한 모든 과정을 배운다.
봉사단은 사전에 대학원 졸업생들로부터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원서 100여권을 기증 받았다. 아이들이 그중에서 각자의 수준에 수준에 맞고 흥미가 있는 주제의 책을 각 10권씩 고르게 한 다음, 아이별 미니 도서관을 꾸며줬다. 아이들 이름을 붙여준 개별 책꽂이를 통해 '나만의 책'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봉사단은 원서를 직접 읽은 녹음파일도 제공했다. 아이들은 캠프가 끝난 뒤에도 파일을 들으면서 계속 읽기 연습을 할 수 있다. 조수윤(풍도분교4) 학생은 "이렇게 재미있고 멋진 영어책들이 많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해요. 이번 캠프를 계기로 영어책 읽기에 꾸준히 도전해보고 싶어요"라며 참여 소감을 밝혔다.
매일 점심 시간마다 스파게티, 샌드위치 등을 만들며 영어를 체험하는 '쿠킹수업'은 물론, 원어민 교사와 풍선 터뜨리기, 술래잡기 게임, 바다 낚시와 같은 오후 야외활동도 이어졌다. 이 시간 영어는 학습의 대상이 아니라 친구들과 뛰노는 도구일 뿐이었다.
캠프 마지막 날 아이들은 앞으로 꾸준히 영어책을 읽겠다는 서약을 하고 봉사단과 다시 한번 굳게 약속했다. 장용천(풍도분교6) 학생은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선생님이 도와주신다면 앞으로도 열심히 책을 읽어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캠프 후에도 봉사단의 지도는 이어진다. 일대일 원격화상으로 각 학생들에게 읽기 지도를 해줄 방침이다. 약속한 대로 책을 잘 읽고 있는지, 모르는 단어나 문장은 없는지를 주기적으로 확인한다. 또 온라인 커뮤니티를 개설해 학생과 학부모, 교사 간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갈 예정이다.
풍도분교 강점석 분교장은 "이번 캠프가 아이들이 영어를 학습하는 데 많은 동기부여가 됐기를 바란다. 2학기 영어수업과 연계해 영어책 읽기 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캠프를 기획한 IGSE 영어교육연구소 정원근 연구원은 "독서지도는 하루 이틀 한다고 해서 효과를 보기 어렵다. 일단 캠프 기간 동안은 영어책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고 영어와 좀더 친숙해지는데 주력하고, 캠프가 끝난 이후에는 아이들이 배운 대로 잘 이행하고 있는지 장기적으로 관리·지도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IGSE는 윤선생영어교실이 영어교육 사업을 통해 얻은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고자 2002년 설립한 영어교육 전문대학원이다. 전액 장학금에 의해 운영되며 '영어교육 봉사활동'을 필수과정으로 개설해 학생들이 일정 학점을 의무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 캠프 준비는 지난 5월부터 시작됐다. 이어 6월 한달 간 사전 답사팀은 아이들을 미리 만나 개인별 레벨테스트를 시행하고 관심분야를 조사했다. 7월에는 대학원 내 원격화상회의 시스템을 이용해 풍도 학생들과 상견례를 가졌다. 철저한 사전준비 덕에 캠프 첫날 봉사단과 학생들 간에 서먹함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