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장면을 몰래 촬영해 인터넷에 올린 룸메이트의 장난 때문에 한 대학생이 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미국 뉴저지주 의원들이 25일(현지시간) ‘왕따 근절법’ 제정을 검토하고 있다.
이 법안의 정식 명칭은 ‘괴롭힘 당하지 않을 권리’로 8년 전 뉴저지주가 통과시킨 법을 더욱 강화한 것이다. 법이 제정되면 공립학교에서는 ‘왕따’ 근절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하고, 대학 학칙에도 관련 규정을 의무적으로 집어넣게 된다.
8년 전 법 제정에 앞장섰던 바버라 부오노 뉴저지 주 상원의원은 왕따당하는 어린이의 부모들이 자기 사무실로 자주 전화를 걸어온다면서 학교에 왕따 행위가 만연해 있다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2002년 법은 의무가 아니라 권장사항만 규정, 왕따를 근절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거의 모든 주가 왕따 행위를 방지하고 그에 대처하기 위한 법을 제정해 두고 있다. 지난 1999년 콜로라도 컬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왕따를 당한 학생 두 명이 ‘복수’를 위해 13명을 살해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뉴저지주가 더 강력한 법을 제정하게 된 것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는 10대들의 자살이 전국적으로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발생한 럿거스대학 1학년생 타일러 클레멘티(18)의 자살 사건은 미국 사회를 큰 충격에 빠뜨렸다.
부끄러움을 잘 타는 내성적인 성격의 클레멘티는 자신의 동성애 장면이 찍힌 동영상이 공개되자 사흘 후 뉴욕 허드슨강의 조지 워싱턴 다리에서 투신자살했다.
한편 이날 미국 최대 동성애자 권리 옹호단체인 ‘가든 스테이트 이퀄러티’가 마련한 기자회견장에서는 동성애자 자식을 둔 부모들의 절절한 사연이 쏟아져나왔다.
한 학부모는 “뚱뚱한 동성애자라고 놀리는 학생, 거기에 별다른 대책도 마련해 주지 않는 교사들 얼굴이 보기 싫어 16세 아들이 학교 수업 대부분을 온라인상에서 받고 있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