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와 사별한 중국 노인들 사이에 ‘황혼 동거’가 유행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배우자와 사별한 뒤 홀로 사는 노인들이 재혼을 원하지만 자식들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해 사실혼 관계로 지내고 있다고 25일 보도했다.
랴오닝성 선양에 사는 팔순의 쉬모 노인은 수년 전 부인의 갑작스러운 사망에 충격을 받아 건강이 악화, 거동이 불편해지고 시력도 나빠졌다. 쉬 노인은 이후 우연히 알게 된 50대 류모 여인을 보모로 삼았다.그는 알뜰하게 살림을 챙기고 떨어져 사는 자식들을 대신해 자신을 성심성의껏 보살피는 류에게 정이 들어 재혼을 결심했다.
쉬 노인은 불편한 몸으로 홀로 사는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는 자식들도 흔쾌히 재혼에 동의할 것이라로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는 뜻밖이었다.
자식들은 젊은 류가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나이 많은 아버지와 결혼하려 한다며 재혼을 완강히 반대했다. 또 아버지가 자신들 몰래 재혼할 것을 우려해 그의 신분증과 호구본까지 챙겨갔다.
쉬 노인과 류는 현재 서로 부부로 여기며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법적 효력은 없는 황혼 동거를 하고 있다.
통신은 중국사회과학원 통계를 인용, 지난해 말 현재 60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8.3%를 차지할 만큼 중국이 노령화 사회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이어 배우자를 잃은 80%의 노인이 재혼을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으나 이 가운데 실제 혼인 신고를 한 재혼 인구는 10%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중국에서 이런 황혼 동거가 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유산 분배를 둘러싼 갈등을 우려하는 자식들의 반대 때문이다.
사회학자들은 “황혼 동거가 홀로 된 노인들이 생활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수단”이라면서도 “법적 구속력이 없는 탓에 동거자가 사망하면 홀로 남게 된 노인은 의지할 곳이 없을 수 있고, 유산 분배를 놓고 동거자 자식들과 심각한 갈등을 초래하는 등 새로운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