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천문학계의 화두는 단연 글리저(Gliese) 581이다. 이 별은 태양계로부터 비교적 가까운 거리인 20광년 떨어져 있는데 질량이 태양의 1/3 밖에 되지 않는다. 그동안 글리저 581 주위에서는 4개의 행성이 발견되었는데 얼마 전에 2개의 행성이 더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런데 새롭게 발견된 행성 중 하나인 ‘글리저 581g’가 특히 눈길을 끈다. 이 행성은 질량이 지구의 3배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지구처럼 딱딱한 암석질 표면을 갖고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에너지를 공급하는 원천이 되는 모(母)항성인 글리저 581로부터 떨어진 거리가 그 표면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을 정도로 적절한 것도 밝혀졌다.
또한 글리저 581g의 중력도 지구와 비슷해서 액체 상태의 물과 대기를 표면에 붙잡아 두기에 충분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글리저 581g가 갖춘 이 모든 조건들이 태양계 내에서의 지구의 환경 조건과 비슷하고 따라서 지구에서와 같이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개연성이 아주 높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필자의 호기심은 다른 곳에 있다. 글리저 581g의 공전주기는 약 37일 정도 되는데 항상 한쪽 면만 글리저 581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달이 항상 한쪽 면만 지구를 향한 채 공전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모항성을 향한 쪽은 늘 뜨거울 것이고 반대쪽은 항상 온도가 아주 낮을 것이다. 양쪽 면의 경계선을 따라서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은 그나마 안정되고 적절한 기온대가 형성될 것이다. 이 경계선을 따라서 바다도 형성될 것이고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이 띠를 따라서 서식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지구인들은 3차원 공간에 살고 있지만 실제로는 지표면에 붙어서 2차원적인 공간을 점유하고 살아가고 있다. 이런 논리를 글리저 581g에 적용하면 그곳의 생명체들은 거의 1차원적인 공간을 따라서 살아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곳에서는 어떤 생물학적인 특성과 문화가 생겨날까, 그것이 더 궁금하다.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원